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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의 나

flow123 2024. 9. 10. 21:02

10년 뒤 당신은 어떤 엔지니어가 되고 싶나요?

 

자소서 질문으로 자주 받았던 질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꼭 10년은 아니어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자주 생각한다. 

사실 비즈니스에 있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크게 하지 않았고, 주위에 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다. 


- 모두가 아는 것이라고 할 지라도, 실수할만한 포인트를 항상 인지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ex. gitignore, application.yml의 설정, ddl-auto 같이 실수하면 큰일나는 것들..) 

 

- 공식 문서만으로 개발할 수 없더라도, 공식 문서를 자주 들여다보고 싶다 

 

-> 정말 다행인 것은, 이제는 영어로 문서를 읽는 게 꽤 할만하다는 것이다. 코딩을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너는 영어를 잘 하니까, 빠르게 읽겠다. 하고 부러워하곤 했다. 하지만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영어 원어민이면,  원서로 된 의학 논문을 쉽게 읽는가?  읽기를 잘하려면 언어 뿐만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 내가 배운 것을, 블로그에 1년에 8편은 쓰고 싶다 (시작은, 완벽하지 않더라도, 부족하더라도 우선 정리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싶다.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하면, 너무 오래 걸리고 결국 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3년 뒤에는 내가 배운 것을 30분 이상 발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난 달 주말. 도커 실습 강연에 간 적이 있었다. 모의로 도커를 만들어보는 실습이었다. 미리 환경을 세팅해야 했기에, 강연장에 도착해서 랩탑을 열어 이것저것 깔고 있었는데. 퐁신하게 곱슬거리는 갈색 머리의 키 큰 남자가 크리스피 도넛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저벅 저벅 걸어왔다.

 

Would you like some Doughnuts? 도넛 먹을랭? 

 

그 날 하루종일 도넛 좀 먹겠냐는 말을 30번은 들었던 것 같다. 그가 강의실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에게 도넛을 권했기 때문이다 (사실 거의 먹는 사람이 없었는데 그는 굽히지 않고 한 명 한 명 다 물어봐주었다) 그의 이름은 아드리안이었는데,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시니어 개발자였다. 잠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초청을 받아서 강연을 했고, 도커에 관심 있던 나는 별 생각없이 갔는데, 그의 강연은 올해 개발자로서 인상적인 순간 중 하나였다.

 

그는 '참 쉽죠?' 밥 아저씨처럼 말했다.

도커를 모르는 사람도 알아 듣게 쉬운 단어로 쏙쏙 들어오게 설명했다. 초등학생도 알아듣게 설명하라는 게 저런 말이구나. 그를 보며 깨달았다. 그는 수강생들 하나하나 눈 맞추면서 계속 이해했는지 확인했다. 기술적인 이해나 능숙함도 그렇지만, 나는 그가 타인을 배려하거나, 청중들이랑 계속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다. 

 

조금은 부끄럽기도 했다. 요즘 나는 일할 때, 마음의 여유가 정말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글도 많이 쓰지 못했다. 내가 실력이 늘어야, 다른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는 품이 생길텐데. 마음같지 않아서 조급했다. 나는 저런 시니어가 될 수 있을까? 코딩을 잘하는 것도 잘하는것이지만, 마음에 공간이 있는 시니어가 되고 싶다. 

 

일을 하다보면, 지칠 때가 종종 온다. 일이 많아서, 제대로 쉬지 못해서 이기도 하고, 성장하지 않는 기분이어서 이기도 하고,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순간보다, 그렇지 않은 순간이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고, 이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자주 생각한다. 얼마 전에는 내가 잘 알고 있는 송금 관련해서, 동료에게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었는데. 내가 잘 알고 있었으니 편안했고, 내가 이 일을 잘한다는 확신이 있었고. 그게 참 기분이 좋았다.

 

그게 사람에게 일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내가 더 큰 존재에 기여하고 있다는 기분. 

지금 나는 서비스의 성장에만 집중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개인의 성장에 기여하는 개발자로 조금씩 시간을 쌓아보고 싶다.

동료가 힘들어 보일 때, 커피 마시자고 시간을 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꼭 발표를 하거나, 훌륭한 사수가 되는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배운 것들, 시행착오한 걸 잘 정리해보고. 내 일 조금 더 잘 파악해보고, 상대의 눈높이에 계속 맞춰서 설명하는 걸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내가 앞으로 가고 싶은 방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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